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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아이

rorebs 2023. 10. 18. 06:29

문학과 인생. 둘 중 어느 것이 다른 것을 더 많이 모방할까? 또는 둘 중 어느 것이 더 진지할까? 한숨이 길게 나온다. 살아갈수록 문학이 시시해진다.   이런 작품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실의 차가운 냇물에서 살짝 발을 빼고나서, 먼 산 너머로 아스라이 날아 사라져가는 이름 모를 철새의 가보지 못한 남국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인데다, 세월탓이겠지만 비슷한 판타지를 너무 많이 경험한 연치도 만만치 않고, 그림책 보고 감동하기에도 민망하고...   안팎으로 어려운 사정을 감내하며 좋은 책 내보겠다고 동분서주하는 출판사의 노고에 뭐라고 혹평은 못 하겠고... 만화를 배우는 학생들이나, 만화는 만화일뿐, 크게 의미부여하지 않는다면, 무료한 오후에 소일삼아 뒤적여볼만은 하다.

만화가 프랑수아 스퀴텐과 시나리오 작가 브누아 페테르스, 두 사람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 ‘어둠의 도시들’은 1983년에 시작되어 총 16권이 출간되었고 지금까지도 계속 작업되고 있는, SF적 세계관인 반(反) 지구 이론에 기반을 둔 그래픽 노블이다. 회화적인 아름다움과 혁명적 스타일을 고루 갖춘 그림, 예술, 신화, 건축, 고고학 등 인류의 문명을 집대성한 소재가 불러오는 철학적 성찰, 책 속 세계의 정교한 설정은 지적 호기심에 충만한 독자들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어둠의 도시들 연작은 SF 세계관에 유토피아적 상상력, 판타지 역사관이 결합된 최상의 결과물이다. 예술, 신화, 건축, 고고학, 서지학, 지도학 등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꽃피운 인류의 문화가 책 속의 정교한 설정 속에 그들만의 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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