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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골목

rorebs 2024. 1. 23. 08:59


엄마가 가진 이야기의 소멸을 막고자 쓴 에세이다. 작가의 엄마는 출렁거리는 최초의 기억 속에서 수많은 흔들림 속에서 아주 잠깐 특별한 고요가 찾아든다 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었고, 그애의 내면이 뻗어간 자리 전체 를 짐작해보는 사람이었다. 작가는 바뀐 엄마의 걸음만큼이나 엄마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는 생각을 하며 엄마와 함께 골목을 걷고 엄마를 적는다. 엄마가 말하는 두 문장 사이의 비약을 알아채고, 속뜻 짐작하기를 멈추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존재가 누군가의 삶을 바꾸듯 누군가의 부재가 누군가의 삶을 바꾼다 . 작가는 계획도를 그리고 목표량을 정한 뒤 매일 채워나가는 일상 을 엄마에게서 배웠다고 고백한다.그렇다고 늘 누군가의 영향으로 방향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읽는 인간이 아니라 쓰는 인간이 되자는 잡음 을 듣고 작가가 되었다고 했다. 네 맘대로 하라 는 지지가 있었기에 더 빨리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나아가 서로를 통해 좁았던 시선들이 확장된다는 건 더 멋지다. 기다린다는 것은 견딘다는 뜻이고 견딘다는 것은 혼자 견딘다는 뜻 임을 깨달았던 작가는, 엄마 역시 한 번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자신보다 더 힘들게 견디고 기다렸음을 깨닫는다. 엄마는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받았을 때 내 직업을 핑계로 삼아왔다 는 것도, 일상의 반복은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는가와 연관이 있다 는 것도 다시 보게 된다. 아마도 각자의 경계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기에 더 가능한 인식들이 아닐까 싶다. 엄마의 상상을 만류하지 않으면서도 상상 속 주인공과 현실 속 나는 다르다 는 것만 때때로 상기하면 될 일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다만 글을 쓰면서 관계 속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체로 거른다면, 엄마 라는 단어가 가장 마지막에 남을 것이다. "이 책에 담긴 모든 문장의 주어는 엄마다. ... 엄마가 겪은 사실도 엄마를 이루고,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도 엄마를 이루고, 엄마가 느낀 것들도 엄마를 이룬다. 그 전부가 엄마다."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더 늦기 전에 저마다의 골목을 엄마와 걷길 바란다는 말은, 나의 엄마 그리고 아빠를 떠올리게 했다. 아직 다 마치지 않은 숙제가 있지 않냐고 물어오는 듯했다.
난다의 [걸어본다]11 진해
김탁환 에세이 엄마의 골목

2015년 5월 5일부터 2017년 1월 24일까지
고향 진해를 홀로 지키는 엄마와 진해 곳곳을 함께 걸어본 김탁환 작가의 진해 이야기

이 책에는 두 가지 골목이 있다.
엄마와 함께 걷는 골목과 엄마 마음의 골목!

언제나 걷고 또 뛰며 그렇게 보고 또 보이는 세상을 옮기기에 바쁜 장편작가 김탁환의 신작 에세이를 선보인다. 그의 산문 엄마의 골목 은 느긋한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거닐 줄 아는 예술가들의 산책길을 뒤따르는 과정 속에 저마다의 ‘나’를 찾아보자는 의도로 시작된 난다의 걸어본다 열한번째 이야기로 ‘진해’를 그 목적지로 삼고 있다.

엄마의 골목 은 김탁환 작가가 엄마와 함께 고향 진해 곳곳을 걸어본 나날들 가운데 그 진심만을 적어낸 진짜배기 보고(寶庫)다. 때론 시처럼 때론 소설처럼 이 산문은 흩뿌렸다 쏟았다 엄마와의 진해 걷기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털어놓는다. 엄마는 말하고 아들은 옮겨 쓰고, 엄마는 추억하고 아들은 상상해가며 진해로부터 시작하고 진해로 돌아오고는 한다. 진해의 역사를 함께 들여다보는 줄 알았는데 말하다보면 어느새 엄마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있고, 진해의 거리를 함께 걷고 보는 줄 알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엄마의 일상을 바라보고 있고, 미묘하게 교차되는 진해와 엄마의 속속들이 속에 이런 고백들은 참 아프다.


작가의 말 … 7
엄마와 함께 진해를 걷다 … 8
엄마와 함께 진해를 보다 …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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