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사진을 배우고 싶었다. 고등학생 시절, 흔히들 말하는 디지털카메라라는 것이 없었을 때, 나는 어디를 다니든 필름 카메라를 꼭 챙겨갔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닥치는 대로 찍어댔다. 돈도 없었던 고등학생 주제에 한 번은 필름을 3통이나 쓴 적도 있었다. 세월이 지나서 디지털카메라라는 것이 처음 보급되었을 때, 나는 서둘러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였다. 디지털카메라라는 것은 필름이 전혀 필요 없었고, 그 사실은 스스로에게 커다란 자유를 주는 듯했다. 단지 필름이 필요 없다는 사실에 신 나게 찍었지만,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사진을 찍지 않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챙기고 다니며 애지중지하던 사진기를 어느 순간 책상 서랍 구석에 처박아 놓게 되었다. 무슨 이유였을까? 이제는 누구나 사진기를 들고 다녀서일까?..